4차 혁명에 대한 조벽 교수 인터뷰 내용

4차 혁명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1~3차산업혁명은 기계가 인간의 개인 육체 노동력, 집단 육체 노동력, 기능직 노동력을 점진적으로 대처해 나간 것인데 4차에서 개인의 지능적 노동력마저 대처하는 것입니다.

4차 혁명에서 과학·기술뿐 아니라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훌륭하게 이루어낼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가 1~3차산업화에 필요한 최고의 기능직 노동 인적 자원을 무척 잘 양성해 냈기 때문입니다. 상징적인 증거가 바로 1977년 이후 거의 모든 기능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기능인들이 우승했다는 사실입니다. (그 전에는 산업화 강국인 서독, 스위스, 일본, 영국이 우승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4차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해 내야 합니다. 인재 양성은 교육의 몫입니다.

미래 사회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재를 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사회의 인재는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요? 위와 같은 능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인간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에 경쟁력을 갖추려면 집단지능(CI, collective intelligence)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사람이 집단지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타인과 더불어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인성이라는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인성의 ‘현대판’ 표현은 사회.정서적 역량(socio-emotional skills)라고 합니다.

집단지능이란 다양한 능력과 재능과 역량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면서 개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역량보다 훨씬 클뿐더러 개개인의 합보다 더 큰 결과를 내는 시너지 효과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여럿이 참여하는 브레인스토밍에서 최고의 창의력이 발휘됩니다. 참고로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한 창업자(IBM, HP, Apple, Google, Facebook의 창시자)들은 예외 없이 집단지능을 발휘하였습니다. (흔히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하는 역량에 창의력을 언급하지만 창의력의 기본 요소에 호기심, 모험심, 긍정심, 관심, 열심 등 사회.정서적 역량이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집단지능이란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동시에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남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집단지능(또는 집단지성)은 단순한 팀웍이 아닙니다. 1~3차산업화에서도 팀웍이 주요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수직적 조직에서 여럿이 리더 한 명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팀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아이디어(비전과 가치관과 사고방식)의 소유자들이 수평적으로 합의해야 합니다. 시키는 일을 시키는 대로 잘하기 위해서는 인성을 “죽여야” (즉, “개처럼 일해야”) 하지만 수평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공감하고 소통하고 갈등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인성이란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인성은 이성과 감정이 융합되고, 논리와 심리가 합쳐진 합리적인 상태이며, 결과적으로 사려 깊은 행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지혜입니다. 그래야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2016년 다보스포럼은 미래역량 10가지를 제시했는데, 그 안에는 사람관리능력, 협업능력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즉, 과거엔 ‘덕목’ 또는 ‘윤리·도덕’처럼 여겨진 인성·품성과 관련한 것들이 ‘역량’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본래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험 회장의 2016년 저서에서 “4차산업혁명시대”란 화두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이 책 내용이 엄청나게 언급되고 인용되고 회자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타, 사물인터넷, 드론 등 과학과 기술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책의 결론을 주시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자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네 가지 능력을 제시한다. ‘정신(contextual)지능, 정서(emotional)지능, 영적(inspired)지능, 신체(몸, physical)지능”

앞서 제가 말했듯이, 인성은 바로 이 네 가지인 이성(정신, 논리), 정서(감정, 감정), 행동(몸, 신체), 지혜(영성, 영감)가 조율되고 조화를 이루는 상태입니다. 타인을 이겨야 하는 경쟁자로 여기면서 윈-루즈 패러다임을 추구하거나 공동체를 자신을 이익을 챙기는 대상으로 여기는 행위는 사려 깊지 못한 소인배의 행동입니다. 인성을 갖추었을 때에 장기적으로 폭넓게 따져보고 모두 함께 윈-윈할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합니다. 그게 사려 깊은 사람이 하는 행동입니다.

즉, 인성은 단지 윤리와 도덕 차원의 개념만이 아닙니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인재가 지녀야 하는 창의력과 집단지성의 원동력이기도 한 것입니다. 인성은 타고나는 성격이나 성품이 아니라 오랜 학습으로 갖추어지는 실력인 것입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사회.정서적 역량인 것입니다.

현재의 국영수 중심, 즉 교과목 중심의 교육과정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부가 미래교육을 도입하기 위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교육 시스템이 산업화의 대량생산 체제에서 맞춤화(customization)으로 혁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한 시각에 한 장소에 모여서 공부하는 3S(same age, same place, same time)식 교육에서 아무나, 아무 곳에서, 아무 때나 학습하는 3A(anyone, any time, any place)식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교육 정책자들은 교과목 중심의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교육경험’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교육경험의 확대를 위해서 현재의 교육 자격증과 학위의 독점 체계를 대폭 완화시켜야 합니다.

Posted in 칼럼 and tagged , , .

댓글 남기기